
밤새도록 비가 와서 그랬는지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피곤하기도 눅눅하기도 한채로 누워있다가 오전 7시쯤 형의 전화를 받았다.
“…어, 알았어.”
아무렇지도 않은듯 짐을 챙기다가 다시 생각에 잠기고… 아침까지 먹고 나서 천안으로 내려갔다. ‘내일 병원에 입원하시기로 했는데’, 그게 참 싫으셨나보다.
일주일 전에 재하가 이제 좀 친해졌다고, 재하 학교가는 것 까진 본다면서… 웃으셨는데… 며칠 전엔 한 낮에 전화를 하셔선 형은 어떻고 재하는 어떻고… 늘 하시는 만사형통… 그 말도 또렸이 하셨는데 말이다. 몇 달 전부터 이 상황을 생각해본적이 그러다 잠이 깨고 새벽에 멍하니 있기던 적도 많다. 실제로 이 상황은 멍… 하고 그렇다. 슬픔까지 가지 못 한게 아니라 그걸 지나친 것 같다. 작년 말에 병원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기에 좀 덤덤했나?
그래도 요 몇 달동안 주말엔 천안에 내려가서 캠핑장도 가고 피크닉 하고 아버지 좋아하던 장어도 구워 먹었다. 아버지는 작은 헬리녹스 의자가 그렇게 편하시다면서 구이바다에 놓인 장어만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다 구어진 장어 몇 조각을 아버지 앞접시에 놓아드리면 아이처럼 잘 드셨다. 모두가 재하의 재롱을 보고 있는 동안 아버지는 아니 아빠는 나랑 그렇게 아무말도 없이 한참을 있었다. 언젠가처럼 또 그 언제가처럼…
그리고 장례식 내내 난 슬픔을 꺼내지 않았다. 언젠가 아빠가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면 그때 조금씩 꺼내 볼란다.
해방이 되기 한 해 전 이른 겨울에 태어난 아버지는 일흔 아홉번의 여름을 마지막으로 너무 덥고 눅눅하던 7월, 장맛비처럼 떠나셨다.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계시는 선산, 볕이 잘 드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거기에 와이파이 터지면 유투브도 맘껏 보시고, 뭐 그렇게 잔뜩 정리하시던 엑셀도 워드도 잔뜩 하세요.
일주일 전, 손을 잡고 꽉 안아주던 게 마지막 인사가 되었네요.
아빠도 참 특이한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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