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난 _____ 하다.

20140627
난 디자이너다. 십 년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지겨울 때도 있고, 재미있을 때도 있다.
바쁠 때도 있고, 널찍할 때도 있다.
그래서 늘 비슷하고 뻔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돈을 벌어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살아가는데 쓴다.
수년째 꼬박 적금을 넣고 있고, 또 가계부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혼자 재미에 취해 사비를 들여 뭔가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며,
없는 사람들을 가끔 도와준다.
오래전에 부모님에게 신용카드를 드렸고, 꼬박 용돈도 드리며 집도 사드렸다.
하루에 다섯 시간쯤 자고, 아무 때나 출근한다.
하루에 한 끼를 먹을 때가 많고, 네댓 잔의 커피를 마시며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운다.
자주 가는 곳은 마트고, 대부분의 쇼핑은 인터넷으로 한다.
일 년 안에 이사를 갈 것이고, 빨간색 SUV로 차도 바꿀 예정이다.
하루에 12시간 넘게 회사에 있고, 집에 가면 집안일을 기계처럼 한다.
예능 프로를 챙겨 보고 드라마는 끝나면 몰아서 본다.

그렇게 살고 있다. 누가 보면 괜찮고, 누가 보면안쓰럽다.
그런데 난_____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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